2023 Medical Check

일 년에 한 번, 회사에서 지원하는 종합건강검진은 20만 원이라는 금전적 가치 그 이상이다. 정기적으로 내 몸의 안부를 물을 수 있는 소중한 기회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5월 초에 받았던 검진 결과를 지난주에 받아 들었을 때, 결과지에는 예전의 젊음 대신 낯선 경고들이 빼곡했다.

다행히 큰 문제는 없었지만, 이 과정은 내게 적지 않은 충격을 안겨주었다. 살면서 처음으로 내 몸이 영원히 굴러가는 기계가 아니라, 관리하지 않으면 낡고 고장 나는 ‘소모품’이라는 사실이 피부에 와닿았다. 그동안 건강하지 못한 생활을 하면서도 ‘나는 괜찮겠지’라는 근거 없는 믿음으로 위안 삼아왔는데, 이번 기회에 그 믿음이 철저히 깨져버린 것이다.

그 서늘한 자각은 곧장 구체적인 다짐으로 이어졌다. 더 건강한 삶을 위해 나는 꽤나 꼼꼼하고 현실적인 계획들을 세우기 시작했다.

우선 목표 체중을 78kg 아래로 잡았다. 단순히 몸무게만 줄이는 것이 아니라, 체성분을 개선하고 복부 비만을 걷어내는 것이 핵심이다. 이를 위해 가장 먼저 손을 댄 것은 식사량이다. 극단적인 절식보다는 ‘상식의 회복’에 초점을 맞췄다. 식당에서는 정량 외 추가 주문을 하지 않고, 동석자의 남은 음식을 탐내지 않으며, 집에서도 라면 두 개를 끓이는 일은 하지 않기로 했다. 지극히 상식적인 이 절제가 목표가 된다는 사실 자체가, 그간 내가 얼마나 비상식적으로 과식을 해왔는지 보여주는 듯해 씁쓸하기도 하다.

경증 지방간 소견은 탄수화물과의 전쟁을 선포하게 만들었다. 술도 즐기지 않는 내 간을 괴롭힌 주범은 결국 탄수화물이었을 테다. 습관처럼 먹던 라면과 탕비실의 과자를 끊고, 미식이라는 핑계로 탐닉하던 빵과 디저트도 내려놓기로 했다. 육류 또한 붉은 고기보다는 닭고기 같은 백색육을 선택하며 식탁의 풍경을 바꿔나가는 중이다.

몸을 움직이는 계획도 세웠다. 일주일에 두 번 이상, 1km당 5분대의 페이스로 3km 이상을 달린다. 웨이트 트레이닝은 가슴, 등, 하체 등 3분할로 나누어 진행하되 욕심부리지 않고 딱 40분만 집중하기로 했다. 시간이 길어지면 오히려 집중력이 흐트러지고 딴짓을 하게 되기 때문이다.

충격 요법 덕분인지 다행히 식단 조절은 제법 순항 중이다. 문제는 운동 시간을 내는 것인데, 최근 뒤늦게 빠져든 ‘젤다의 전설’이 예상치 못한 복병이다. 그래도 어제는 게임기를 내려놓고 4.5km를 달리고 왔다. 운동 후 온몸을 적시는 땀은 언제나 기분을 상쾌하게 만든다. 기분 좋게 땀 흘리기 좋은 이 여름, 건강검진 결과가 준 두려움을 동력 삼아 좋은 습관을 내 몸에 깊이 새겨보려 한다. 다가올 월말 회고록 한 켠에는 조금 더 건강해진 내 모습이 기록되기를 바란다.